브라질의 경우로 다시 돌아와보자. 브라질은 미국 마약시장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약의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당히 큰 지하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또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창구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큰 이권이 있다.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세금이 브라질에서는 주(州)유통세(ICMS)인데, 세입이 부족한 주정부의 세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가장 큰 상파울루 주의 경우는 무려 18%에 달하고, 주에서 다른 주로 넘어갈 때 내는 주간(州間) 유통세 역시 12% 수준이라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이라면 30%의 세금을 내야하는 지경이다.
그런데, 바로 옆나라인 파라과이는 이런 부가가치세가 10%에 불과하고, 남미공동시장의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는 부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콩, 커피와 함께 브라질의 3대 수출농작물인 담배제품의 경우에는 이런 일이 생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담배생산국 중 하나이다. 예전 통계를 보면, 생산량은 세계 2위, 수출량은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런데 수출이 가장 많이 되는 나라는 인구가 700만 명에 불과한 파라과이다. 이렇게 파라과이로 수출된 담배는 아마존 국경을 통해 밀수되어 다시 브라질로 되돌아온다. 정상유통의 경우에는 주유통세와 특별소비세가 붙기 때문에, 밀수된 담배의 가격은 정상유통되는 담배의 절반에 불과하다.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1/3이 이런 식의 불법제품이라는 통계가 있다.
비슷한 상품에 소총도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브라질은 세계적인 소총 생산국가 중 하나이다. 소총과 같은 무기류의 수출은 공식통계로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많은 양의 제품이 파라과이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총이 아마존 국경을 통해 밀수되어 다시 브라질로 되돌아와서, 마피아들의 무기로 사용이 된다.
물론 마약의 비중이 제일 크겠지만, 브라질에서는 모든 상품이 범죄조직의 수익원으로 이용된다. 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주유통세를 크게 높인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아무튼 범죄조직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빈민가로 숨어들었다.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대도시의 빈민가의 특징은 길이 좁고,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경사진 비탈지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밤에 멀리서 보면 산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은하수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 보니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수익원을 가진 범죄조직은 때로는 경찰보다 더 강력한 무장을 갖추고 있을 때가 많다. 경찰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빈민가 곳곳에 CCTV를 설치해 놓을 정도이다.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범죄조직을 소탕하고자 한다면, 주 경찰로는 불가능하고, 중화기를 갖춘 주 방위군이나 연방군대를 투입해야 하며, 그렇게 투입한다고 해서 소탕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편, 중남미 공무원들의 급여는 그리 풍족한 편이 못된다. 많은 나라의 경우, 경찰이나 군인에 대한 대우는 범죄조직의 조직원에 대한 대우보다도 열악할 때가 많다. 급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찰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것도 어렵지가 않다. 하지만, 이걸 그냥 경찰들의 사명감 부족으로만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중남미의 범죄조직들이 공무원을 매수할 때는 뇌물만 주는 게 아니라 가족들을 볼모로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뉴스에 보면 경찰총장의 딸이 폭발사고로 죽었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군가 내 가족의 안전을 볼모로 협박한다고 하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범죄조직을 가난한 서민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와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 불안하기는 하겠지만,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하는 치안의 부재를 범죄조직들이 채워주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정상적인 가격을 주기에는 비싼 상품을 암시장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서민들에게 범죄조직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펠레도 가입하지 못한 스포츠클럽 (0) | 2023.02.14 |
---|---|
엄청난 수자원을 가진 축복의 땅, 브라질 (0) | 2023.02.14 |
브라질, 도대체 왜 위험한걸까? (1) (0) | 2023.02.14 |
중남미는 행복지수가 높다는데.. (0) | 2023.02.14 |
크리오요? 중남미의 지배계급 (0) | 2023.02.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