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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도대체 왜 위험한걸까? (1)

중남미

by 쪼리아빠 2023. 2. 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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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三無)의 나라

브라질 사람들이 하는 자조적인 농담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을 브라질에 모든 것을 주었지만, 브라질인도 같이 주었다는 농담도 있다. 그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주었지만, 브라질 사람들이 부족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일을 하다가 위의 승인이 나지 않거나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거나, 혹은 자재가 부족해서, 혹은 인부가 오지않아서 일을 할 수 없을 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브라질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Aqui, Brasil(여기는 브라질이야)!"  

풍부한 자원과 국토를 얘기할 때 나오는 표현 하나는 브라질이 삼무(三無)의 나라라는 것이다. 허리케인, 전쟁, 지진이 없다는 뜻이다. 중미 카리브는 매년 허리케인이 발생해서 큰 피해를 주고,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멕시코나 콜롬비아, 페루, 칠레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으로 인해 불안에 떤다. 하지만 브라질은 이런 허리케인과 지진으로부터 매우 안전하다. 
브라질 역사에는 이렇다할 전쟁도 벌어진 적이 없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소규모 또는 대규모의 독립전쟁을 벌인 역사가 있지만, 브라질은 나폴레옹 시절 포르투갈 왕정이 브라질로 아예 피난을 왔다가 나중에 왕은 포르투갈로 돌아가고, 다른 주변국들이 독립하는 걸 보면서, 브라질에 남아있던 왕자가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독립 과정에서도 전쟁을 겪지 않았다. 

브라질 2대 황제, 돔 페드로 2세.


유럽대륙과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모두 개입했던 세계 1차대전, 2차대전을 거치면서도 중남미는 중립국으로서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독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아서, 연합국에도 연맹국에도 참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한 때 세계 5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던 적이 있는 데, 바로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아직까지 농업이나 축산업, 임업, 광업과 같은 1차산업이 위주이기도 하였지만, 세계대전 시기에 연합국과 연맹국 양측에 모두 식량을 제공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브라질 역사에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루과이의 독립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와 벌인 전쟁, 우루과이에 대한 파라과이의 침략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연합하여 벌였던 삼국전쟁이 거의 전부일 정도이다. 20세기 이후에는 직접 전쟁에 개입한 적이 없을 정도다. 

 

중남미 치안의 현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브라질은 전쟁 중이라고 보는 게 맞을 수 있다. 범죄와의 전쟁이다. 그런데, 중남미의 치안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자면 이것도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일단 중남미는 표면 상으로는 카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85~95% 정도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신앙을 가지고 있고, 생활 속에 종교가 뿌리깊게 박혀있어,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죄의식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관광지나 대도시에서는 좀도둑과 같은 범죄가 비일비재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좀도둑은 유럽과 같은 곳에서 더 심하지 중남미가 더 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무장조직으로 인한 강력범죄이다. 실제 이들 무장조직에 의한 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세계적인 치안불안국가로 분류가 된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인 인구당 사망률이 높은 국가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살인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못사는 빈민가가 아니라 실은 상당히 큰 자금이 돌고 있는 지역들이지만,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도 금주령이 내린 시기에 밀주 유통을 둘러싸고 마피아가 황금기를 맞았듯이, 엄청난 수익이나 이권이 없이는 이런 범죄조직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2023년 세계 범죄지수(Numbeo)

즉, 범죄조직이 있고, 살인률이 높은 지역은 엄청난 지하경제가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살인율이 높은 것은 상대로부터 빼앗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위로서 정당화된다. 피해자를 봐도 강도 과정에서 죽는 피해자보다는 대부분이 범죄조직 간의 치열한 전투에서 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엘살바도르나 온두라스 같은 중미국가의 경우는 미국으로 돈을 벌러 갔다가 불법체류자로 되돌아온 사람들이 범죄조직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부분 미국 내 마약밀수 범죄조직과 연계를 가지고 있고, 미국으로 보내는 조직원의 보급기지라고 볼 수 있다. 범죄조직 간에 서로 자기구역을 지킨다는 식으로 시작됐지만, 조직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또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공권력이 부재한 상황이 최악의 치안상황을 만들어버렸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수입품 가격안정을 위한 이중환율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인데, 정부가 지급하는 배급품의 규모가 엄청나다 보니, 이를 둘러싼 이권다툼으로 인해 동네 별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고, 이 조직들 간의 암투와 충돌이 빈번한 것이 살인률이 높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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