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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오요? 중남미의 지배계급

중남미

by 쪼리아빠 2023. 2. 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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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단어가 있다. 크리오요Criollo다. 한국말로 번역하려면 양반 또는 호족이 제일 맞을 듯 싶다. 크리오요는 스페인 혈통의 백인이지만 부모가 중남미로 건너와서 중남미에서 태어난 후손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백인, 개신교, 앵글로색슨을 부르는 WASP 정도가 비슷할 듯 싶다.

베네수엘라의 메뉴 Pabellon Criollo. 양반정식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밥과 콩, 바나나구이, 소고기에 계란 후라이를 얹어야 완성된다.

왜 크리오요를 이해해야 하는가? 중남미는 스페인의 정복 이후 독립한 지 200년이 지났지만, 본질적으로 지배세력이 바뀐 적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스페인의 식민지 시절에도 실질적인 권력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파견한 총독이나 부왕보다는 현지에서 자라서 토지와 광산의 기반을 갖춘 스페인계 후손들이었다. 그리고 300년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게 한 것도 이들 크리오요의 본국 지배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군부독재나  공산주의 혁명에도 불구하고, 이들 크리오요의 영향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여전히 중남미의 지배계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의 세가지 품종. 포라스테로와 트리니타리오의 카카오빈은 노란색이지만, 크리오요는 빈이 하얀색이고, 향과 당도도 가장 뛰어나다.

이런 크리오요에 대한 이해없이는 중남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에 설명할 중남미의 높은 행복지수와도 연결이 된다. 계층간 사다리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하위계층으로서는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만으로도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 


한편,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남미의 국가별 편차는 매우 큰 편이다. 언어와 종교, 스페인의 유산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인 차이, 인종구조의 차이, 미국과의 거리, 산업구조의 차이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남미의 고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국가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상당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중남미나 유럽 국가에서 동아시아라고 하여, 한국과 중국, 일본을 매우 유사한 국가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크게 볼 때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과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다른 국가들의 차이가 가장  클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민들까지 확대하면, 아마도 가장 확연한 구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배계층으로만 국한해서 구분해본다면 대서양권과 태평양권의 차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대서양을 낀 국가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을 들 수 있는 데, 이들 국가의 특징으로는 유럽으로부터의 이민을 오래전부터 받아들였기 때문에, 인종적인 구조가 이민자들이 상당한 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경제적인 성취도 어느 정도 이룬 상태이다.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유럽문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크기는 하지만, 유럽과의 관계도 매우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브랜드만 봐도 폭스바겐, 르노와 같이 유럽 브랜드가 현지생산체계를 갖춘 지 오래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폭스바겐과 피아트의 공장이 있어, 유럽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태평양권의 국가로는 멕시코부터 중미권, 페루, 에콰도르, 칠레 등이 주요국가이다. 여기서 칠레는 다른 나라와는 조금은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구조에 있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태평양권 국가의 경우는 인종적으로는 원주민과 메스티조(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의 비중이 매우 높다. 안데스 산맥의 지형적 복잡함이 원주민의 생존성을 높였다고 볼 수도 있고, 대서양권 보다는 흑인 노예로의 대체가 어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사회적, 문화적으로 스페인이나 원주민의 문화의 비중이 더 높다. 경제적으로도 20세기 이후에는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중요시되면서, 유럽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가 더 깊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가별 주요산업도 농축산업이나 광업이 위주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나 멕시코, 에콰도르처럼 석유산업이 핵심인 나라도 있고, 칠레, 페루처럼 구리와 은, 납같은 광물자원이 핵심인 나라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같은 고위도 국가에서는 와인이 주요수출상품이고, 콜롬비아나 코스타리카, 브라질 같은 저위도 국가에서는 커피를 주로 수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중남미를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대부분이 기술집약적인 산업이 아니라 농업과 같이 토지를 이용하는 산업이 대부분이다보니, 토지를 소유한 크리오요가 경제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와 광물의 경우도 국가가 기본적인 소유권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전부터 대규모 농지의 소유를 바탕으로 거액의 투자를 할 수 있는 크리오요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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