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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도 가입하지 못한 스포츠클럽

중남미

by 쪼리아빠 2023. 2. 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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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브라질이라고 하면 축구선수들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의 인종을 떠올리고는 하지만, 실제 브라질의 인종구성을 보면, 백인이 55% 넘게 차지한다. 19세기까지는 포르투갈 후손들이 주류였으나, 20세기 들어서는 기근과 전쟁을 피해 남미로 이주한 독일, 이탈리아계 백인들이 많아졌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에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이 때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데려다가 일을 시켰기 때문에, 브라질의 백인과 흑인 혼혈은 말과 당나귀의 혼혈인 노새를 뜻하는 물라또(Mulato)라고 부르고, 다른 중남미 국가보다는 피부색이 더 짙은 경우가 많다. 참고로, 스페인 식민지의 백인과 인디오 혼혈은 메스띠소(Mestizo)라고 부르고, 인디오와 흑인 혼혈은 삼보(Sambo)라고 부른다. 
1888년 당시 브라질의 페드로2세 황제는 미주대륙에서 마지막으로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쿠데타로 황제는 쫓겨나고, 브라질은 공화국으로 바뀐다. 이후 부족해진 일손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중국의 경우는 1880년대 중국노동자 이주정책과 1949년 중국의 공산당 혁명시기에 많이 건너왔는 데, 포르투갈어를 사용했던 마카오 출신 중국인들은 브라질에 적응하기가 수월했다고도 한다. 현재 브라질의 중국계는 2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일본 역시 1908년, 정부간 우호통상조약을 통해 커피농장의 노동자로 건너오기 시작했고, 이후 1970년대까지 많은 일본인들이 브라질로 이주하여 현재 브라질의 일본계는 1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브라질은 일본 본토 외에 가장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나라가 되었다. 특히 일본인들은 기존의 사탕수수, 커피, 고무, 오렌지에 치우친 농업에 감, 사과, 딸기 등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전파하여, 브라질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구성으로 인해 브라질은 진정한 Melting Pot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계와 중국계가 밀집해서 거주하는 상파울루 도심을 걷다보면, 동양인이라고 해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백인이라고 해도 조상에 흑인이 있는 경우가 많고, 흑인이라고 해도 아버지가 유럽계인 경우가 많아서, 대놓고 인종차별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브라질


이런 인종적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지만, 흑인이나 혼혈들은 빈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고, 아직도 소수 백인의 커뮤니티는 존재한다. 꼬빠까바나 Copacabana 와 이빠네마 Ipanema 같이 아름다운 백사장을 자랑하는 리우데자네이루 Rio de Janeiro 는 1763년부터 1960년까지 200년간 브라질의 수도였고, 인근에는 테니스나 골프,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고급 시설을 갖춘 스포츠 클럽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라질 사람은 축구황제 펠레일 것이다. 펠레는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축구선수이자,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 90년대에 체육부 장관까지 지냈으니,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확인되지는 않지만, 일설에는 펠레가 리우의 한 스포츠클럽에 가입을 신청했다가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 백인들 만이 가입할 수 있었던 클럽에서는 펠레의 신청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거부도 할 수 없어서, 펠레의 요청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는 바람에, 결국 펠레가 제 풀에 지쳐 가입신청을 취소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인근의 마리나 모습. 본문하고는 상관이 없다.


중남미 국가의 수도를 가보면, 수도 한복판에 골프장과 테니스장,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클럽이 존재하는 데, 이들 클럽의 회원은 돈이 많다고 해서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존 회원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야 하며, 어떤 클럽은 자리도 한정돼서 기존 회원이 죽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있는 곳이 꼭 하나씩 존재한다. 클럽 회원들을 보면, 국회의원이나 장관과 같이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이거나 대농장이나 광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그 클럽에서 중요한 정보들이 전달되고, 주요한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브라질의 상속세는 4%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상들이 쌓은 부는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전해지므로, 이런 클럽의 회원들은 세습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신규 회원이 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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