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리카 Costa rica’. 영어로는 코스트 리치라는 뜻이다. 참고로 ‘푸에르토 리코 Puerto Rico’는 영어로 포트 리치라는 뜻이다. 코스타리카는 나라 이름부터 부유한 해변이라는 뜻이고,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나라이다보니, 떠올리는 이미지는 한가로운 모래해변의 백사장을 떠올리시겠지만, 이곳의 해변 모래는 흰색보다는 화산재의 잿빛에 가까운 경우가 더 많다. 멕시코 칸쿤이나 도미니카공화국, 쿠바나 로아탄, 쿠라사오 같은 아름다운 카리브 해변은 찾기 어렵다. 나라 이름의 유래는 콜롬버스가 처음 코스타리카에 도착했을 때 해변의 원주민들이 금으로 된 장신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콜롬버스가 애착을 많이 가졌고, 지금도 콜롬버스의 후예들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카리브해는 찾기 힘들지만, 코스타리카는 관광의 천국으로 여겨진다. 특히 태평양과 대서양,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의 사이에 위치한 덕분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이 코스타리카 관광유치의 키워드이다. 용암과 연기가 끊이지 않는 살아있는 화산과 거북이가 알을 낳는 태고의 해변에서부터 아마존보다 무성한 밀림숲, 커피와 바나나, 새와 개구리, 거북이와 돌고래 등 약간은 고생스럽지만 많은 신기한 동식물들을 볼 수 있는 관광코스가 잘 갖춰져 있으니, 언젠가 꼭 한 번을 가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수도인 산호세는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하고 있어서, 열대기후임에도 일 년 내내 봄을 즐길 수 있는 상춘기후인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일찌감치 군대를 포기하고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의 지위를 자처해 분쟁의 위험도 없고, 다른 중미 국가와는 달리 안정된 정치와 경제를 통해 치안이 좋은 것도 코스타리카의 장점이다.
하지만, 인구 5백 만의 소국이다보니, 인프라는 많이 떨어진다. 네비게이션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주소도 지번이 부여되는 대신 어느 특정지점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100m 식으로 주소를 기재했었다. 예를 들자면, 코트라의 주소는 서울시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서쪽 길건너 50m 이런 식이 된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만큼 동네가 작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나 보고타 같은 대도시에서는 도로마다 길이름이 있고, 블록마다 주소가 매겨져서, 길이름과 주소만 들어도 대충 어디쯤일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지만, 중미의 국가들은 대부분 코스타리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수도인 산호세를 벗어나면 왕복 2차로 이상의 도로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주말에 교외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은 웬만한 여유와 느긋함이 없으면 참기 힘들 정도의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관광객들은 평일에 움직이니까 좀 나을 텐데, 거주하는 사람들은 별달리 여행을 즐기기도 어렵다. 2009년에 코스타리카를 떠날 때, 수도인 산호세와 태평양 항구도시인 푼타레나스까지 100km 거리를 왕복2차선 도로로 2시간 가야 했고, 지금은 고속도로가 생겼지만, 그래도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북쪽의 화산온천까지는 3시간 동안 산길을 달려야 한다.
코스타리카의 1인당 GDP는 2021년 기준으로 12,500불 수준이다. 주변의 파나마와 비슷하지만, 북쪽의 니카라과(2,000달러), 엘살바도르(4500달러), 온두라스(2,800달러), 과테말라(5,000달러)보다는 훨씬 잘 사는 편이다. 이들 6개 나라를 중미 6개국이라고 하는 데, 파나마는 콜롬비아에서 독립했고, 나머지 5개 나라는 멕시코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살짝 뿌리가 다르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럼, 왜 코스타리카는 다른 중미 국가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걸까?
< 중미 국가별 인종 (단위: %) >
국가 | 백인 | 메스티소 | 원주민 | 기타(흑인 포함) |
과테말라 | 1 | 56 | 42 | 1 |
엘살바도르 | 15 | 84 | 1 | |
온두라스 | 3 | 80 | 8 | 3 |
니카라과 | 17 | 69 | 5 | 9 |
코스타리카 | 84 | 2 | 14 |
인종구성을 보면, 코스타리카가 다른 중미국가와 확연히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백인 비중이 훨씬 높다. 상황이 나은 이유를 단순히 인종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교육 수준도 높은 편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영어구사자 비율이 높아서,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콜센터를 둘 때 인도와 함께 제1순위로 꼽히는 나라이다.
한 때 번성했던 봉제산업이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인텔 CPU 공장이 대신 들어왔고, 앞서 말한 콜센터 역시 외자유치를 통한 산업기반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코스타리카는 중미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이고, 자연친화적이고, 주변국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다.
물론,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면, 조금 복잡해진다. 인텔 CPU 공장이 GDP 집계에 잡히지만, 코스타리카 경제의 실적이냐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물가만 크게 올려놓아서, 은퇴이민자들의 발길을 돌리게도 하고, 외국인투자유치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복지제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민층은 고물가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코스타리카의 인삿말은 "Pura Vida!"이다. 영어로는 'pure life'정도인데, '인생을 즐겨'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코스타리카의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늘 인생을 즐기는 나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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