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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피, 그들 만의 리그

중남미

by 쪼리아빠 2023. 2. 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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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대물림이 가능한 중남미

이처럼 멕시코는 절대적인 메스티소와 인디오의 비중, 혁명을 통한 토지개혁과 교육기회의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소수 백인들이 토지를 과점하고 있고, 고급교육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백인은 스스로 피가 파란색이라는 뜻으로 상그레 아술 Sangre Azul 이라고 부른다. 
중남미의 경우, 상속세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부유층들은 부를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상속해 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고급교육은 부유층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남미의 교육체계를 보면, 초등교육까지만 의무교육이며, 중등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빈곤층들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은 저임금노동자로, 여자들은 20세도 되기 전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저임금 가사노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가톨릭 문화로 인해, 중학생 나이 때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보니,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책가방을 아기로 바꾸지 말라는 멕시코 캠페인. 2017년 청소년 출산율은 전체의 20%에 달했다.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에서 빈부 간의 격차는 더욱 더 확연해진다. 중남미의 경우, 대부분의 국공립대학은 무상교육 수준으로 제공되지만 대신 학사관리가 매우 엄격하여, 학업과 생계를 같이 꾸려야 하는 빈곤층 학생들은 중도포기율이 매우 높다. 요즘은 입학생 중 졸업생 비율이 20% 수준으로 알려져있는 데, 2000년 전에는 10% 수준이었다고 한다. 국립대 역시 학교 별로 교육수준의 차이가 있어, 수도에 소재한 국립대가 아니면 취업을 보장받기도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부유층의 학생들은 이렇게 학사관리가 엄격한 국공립대보다는 학비는 비싸지만 보다 자유로운 사립대를 선호한다. 또, 이렇게 해서 모인 사립대 학생들끼리는 그들 만의 리그를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사업파트너를 찾을 때는 대상자의 개인적 능력보다는 집안이 어떻고,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를 따지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구체적인 정보까지 얻는 게 어렵다면, 사는 동네가 어디인지만 알아봐도 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를 나오고 강남 고급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사업가와 거래를 하는 것이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사립대와 공립대 졸업을 비교한 만평. 댓글은 공립대 대부분은 유색인이라는 내용.

이렇게 고등교육에서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진 후에 사회생화를 할 때도 이들 간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진다. 국립대를 나온 빈곤층의 경우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춰도 기업체나 공무원에서 관리자 급으로 승진하는 것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사립대를 나온 부유층의 경우는 쉽게 관리자 직급으로 승진하고, 그들 만의 리그를 통해 보다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중남미처럼 되고 싶은 것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은 것은, 전 세계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중남미 사회의 교육제도가 훨씬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처럼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딱히 떠올리기는 힘들다. 미국도 부모의 도움없이 대학교를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중남미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이상한 것이다. 물론 그랬으니까 오늘날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중남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로는 중남미처럼 되면 안된다고 하지만, 한국의 부유층들이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역사적으로 한 사회가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도 개인의 실력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과 출신을 더 중요하게 보는 날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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