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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이웃

중남미

by 쪼리아빠 2023. 2. 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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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멕시코의 디아스 대통령은 30여 년의 독재와 함께, 이런 명언을 남겼다. 

‘불쌍한 멕시코여! 신은 멀고 미국은 가깝구나!(Pobre México, Tan lejos de Dios y tan cerca de los Estados Unidos!)

이는 강대국인 미국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중남미보다 우위에 서있다는 자조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멕시코와 중남미의 지도자들도 왜 미국은 강대국이 되었고, 중남미는 그렇지 못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국계 이민자들이 주축이 되었지만 이후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다양한 계기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미국에 비해, 중남미는 토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에만 머무르는 바람에 산업화에 뒤쳐졌고, 결국 미국이라는 경제력에 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을 중남미의 지도자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차적인 이유는 중남미 자체에 있을 것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발전요인을 안다고 하더라도, 중남미가 똑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어렵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더 복잡한 것은 중남미의 지배층이 미국식의 개발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단언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중남미의 제도를 보자면, 빈곤층의 신분상승을 장려하는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이차적인 이유는 역시 미국에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은 영국의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서 어느 정도의 패권을 차지한 이후, 스스로가 제국주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영토를 맞댄 멕시코의 영토를 합병한 적도 있지만, 정치적 식민지보다는 주로 경제적 식민지 정책을 통해 영토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은 군사적 지배는 하지 않지만, 훨씬 더 세련된 방식으로 중남미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것이다. 원래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한 주였지만, 파나마 운하가 건설하면서, 미국의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하도록 부추겼고, 이후 파나마 정권을 지원하면서 운하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았다. 물론 여기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정권은 과감히 제거하기도 했다.

파나마 운하의 컨테이너선의 통행료는 크기에 따라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 수준이다.


또, 석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미국은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의 석유자원 개발을 돕는 한편, 원유의 안정적 공급도 약속받을 수 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석유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지금도 미국 경제 운영에 매우 중요한 안보과제 중 하나이다.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인 CITGO는 미국에 정유공장부터 주유소까지 일괄라인을 갖추고 있다.


자원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중남미의 크리오요들은 미국에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막대한 부를 보장받았고,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관심은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지, 중남미의 경제적 발전이나 정치적 안정은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베네수엘라 편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차베스가 제거되지 않았던 이유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대한 원유 공급만큼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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