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코카인과 에메랄드, 커피 외에 반군의 얘기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1960년대 쿠바혁명의 성공에 고무되고, 이후 쿠바 공산당의 지원을 받으며 좌익 반군세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그 이전에도 이미 보수당과 자유당의 대립으로 인한 내전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럼, 콜롬비아의 역사를 내전으로 빠뜨린 보수당과 자유당의 대립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질문은 콜롬비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모두에 해당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보수당과 자유당의 이념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이념의 차이일까? 과연 중남미에서만 벌어지는 질문일까? 콜롬비아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 뿌리는 시몬 볼리바르의 독립 이후 세웠던 그란 콜롬비아의 해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란 콜롬비아 Gran Colombia는 볼리바르의 스페인 군대에 대한 승리 이후 당시 콜롬비아 부왕청에 속했던 지금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를 아우르는 국가였다. 말 그대로 대(大)콜롬비아라는 뜻이다. 하지만 독립 이후 십수 년만에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떨어져나갔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지역의 크리오요들의 정책에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지역의 크리오요들이 반발한 결과이다. 각 지방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했던 크리오요들은 중앙정부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었고, 따라서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멕시코 역시 독립 초기에는 중미의 코스타리카까지 포괄하는 옛 멕시코 부왕청에 속하는 지역을 하나로 해서 유지되었지만, 멕시코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통제권을 잃은 틈을 타서 과테말라를 비롯한 다섯 개 나라가 독립을 선언해버렸다. 역시 과테말라나 온두라스 등에 세력을 구축한 크리오요들이 자신만의 나라를 세워버린 것이다.
즉, 보수당은 수도에 터전을 둔 중앙집권을 선호하는 세력이고, 국가의 부를 집중시켜 강력한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원하는 크리오요가 중심이 된 반면, 자유당은 지방에 터전을 둔 지방자치를 선호하는 세력으로, 높은 세율을 통한 강력한 국가의 수립보다는 중앙의 간섭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크리오요들이 중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매우 복잡한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킨 오류는 있지만, 이런 식의 대립은 건국의 초기나 남북전쟁 시기의 미국에서도 볼 수 있고, 비스마르크가 통일시키기 전의 독일 제국이나, 가리발디가 통일시키기 전의 이탈리아 반도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960년 쿠바혁명 이후 콜롬비아에는 좌익반군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중앙정부는 반군에 맞서는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지방의 자유주의 세력 역시 좌익반군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익민병대(Paramilitar, 준군사조직)를 조직하여 운영하였다. 콜롬비아는 정부군, 좌익반군, 우익민병대가 각각 이념적으로 대립하면서 잦은 분쟁과 소요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보고타 이외의 모든 지방은 무정부상태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무정부상태를 틈타, 앞에서 언급했던 마약조직은 자신들의 세력을 급속히 키워나갔지만, 1990년대 미국이 마약조직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서면서, 마약조직과 좌익반군의 밀월관계가 시작됐다. 마약조직은 자신들을 지켜줄 무장세력이 필요했고, 좌익반군은 구소련의 몰락 이후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지만, 좌익반군의 입장에서는 혁명이라는 이념에 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지지기반을 잃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한편, 콜롬비아는 보수당과 자유당의 대립시기까지 거슬러간다면 100년 이상의 내전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여러 세력 간의 협상과 배신이 난무했던 관계로, 서로 상대세력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기껏 평화협상을 해놓고도 양지로 나온 반군 지도자에 대한 테러를 벌이고, 수뇌부의 협상지침에 반대하는 반대파의 무리한 테러시도 등이 잇따르면서, 협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또 반군의 뿌리가 워낙 깊다 보니, 정부의 요직에도 반군의 첩자가 숨어있기도 하고, 반군에 호응하는 세력들도 많다. 게다가 경계도 모호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좌익반군에 대한 지원 역시 무시할 수 없어서, 군사적이나 정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2년에 새롭게 좌익 게릴라 출신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조금씩 해결의 가능성이 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기나긴 분쟁에 지친 콜롬비아 국민들은 좌익세력의 제도권 편입을 통한 평화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는 인구 5천만 명으로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인구 대국이며, 반군과의 기나긴 내전과 송유관 폭파와 같은 생산방해 속에서도 1인당 GDP 7천 달러 수준의 경제를 이루었다. 마약, 금, 에메랄드 등 상당량의 경제활동이 지하에서도 이뤄지고 있고, 반군의 방해로 인해 석유, 석탄과 같은 풍부한 천연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투자와 개발이 미뤄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콜롬비아가 평화로운 시기를 맞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게 될 경우, 지금보다는 2배 이상의 성장을 거둘 수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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