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나르코스Narcos를 본 사람이라면 마약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Narcos는 마약거래업자를 뜻하는 Narcotrafico의 약자로, 환각을 뜻하는 Narco와 상인을 뜻하는 Trafico의 합성어이다. Narco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시스에서 온 단어로, 그는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된다. 결국 자신을 파멸시킨다는 의미에서 마약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가 마약과 연결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또 은근히 콜롬비아 사람들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데 써먹기도 한다. 콜롬비아 사람들이 코카 잎의 정제기술이 가장 뛰어나서 콜롬비아의 마약산업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코카인의 재료인 코카는 원산지가 페루로, 원래 페루와 볼리비아 인디언들이 고산에서 고산병으로 인한 고통을 멈추게 해주는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정제하지 않은 코카 잎을 씹는 것은 중독성이나 환각효과가 덜해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페루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에 가면 코카 잎으로 차를 끓여서 마시는 게 고산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고 많이들 마신다.
코카 잎은 안데스 산맥 동쪽의 밀림지역에서 재배하는 데, 이것을 정제하여 코카인 분말로 만들려면 대량의 설비와 기술이 필요하고, 이것은 콜롬비아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콜롬비아 사람들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내전으로 인해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1940년대부터 20년간 보수당과 자유당의 내전, 그리고 쿠바혁명이 성공한 뒤 1960년대부터 50년간 이어진 공산주의 반군과의 내전으로 인해, 국토의 상당 부분이 무정부상태를 유지했고, 따라서 정글 속에다 대량으로 건조장비를 설치하고, 화학제품을 이용해 분말로 정제하는 작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코카 잎을 건조하는 데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이 LG 전자레인지라고 한다. 그래서, 코카 정제공장을 가보면, 전자레인지 수백 대를 선반위에 늘어놓고 잎을 건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마약산업에 우리나라도 간접적으로 기여를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주변에 작은 수력 발전소를 짓기도 한다. 어줍잖은 자본력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다.
미국과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의 정부는 마약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코카 재배농을 줄이기 위해 대체작물인 면화의 생산을 장려하고, 중남미산 면직물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줬다. 인공위성을 통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 열을 탐지하는 방법을 써서 제조공장을 찾아 파괴하기도 했고, 콜롬비아 마약 마피아를 검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의 원인은 페루나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농도 아니고, 콜롬비아의 마약제조업자나 멕시코의 마약밀매업자,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부패한 중남미 정부의 책임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실패의 원인은 마약에 대한 미국 내의 수요를 뿌리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코카인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중독성이 약한 마리화나로 대체하도록 하여, 마약산업의 수요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로 읽힌다.
콜롬비아 50년 역사의 반군은 어디로? (0) | 2023.02.14 |
---|---|
콜롬비아의 수출품목 (2) 커피와 에메랄드 (0) | 2023.02.14 |
펠레도 가입하지 못한 스포츠클럽 (0) | 2023.02.14 |
엄청난 수자원을 가진 축복의 땅, 브라질 (0) | 2023.02.14 |
브라질, 도대체 왜 위험한걸까? (2) (0) | 2023.02.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