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원액캔을 이용하는 것보다 직접 곡물 양조를 하면 더 맛과 향미가 뛰어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만들고 싶은 의욕은 있는 데, 곡물 양조도구가 없어서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면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예부터 다양한 곡류를 먹거리로 이용했던 우리나라답게 곡류를 가공하는 기구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기구들을 이용해 페일 에일 맥주를 만들어보자.
보온밥통만 있으면 아주 간단하게 식혜를 만들 수 있다. 엿기름은 식혜 뿐만 아니라 맥주를 만들 때도 좋은 원료이다.
빻아 놓은 엿기름 1kg를 구입해 프라이팬이나 가스 오븐레인지에 넣고 약한 불로 조절하여 살짝 볶아 풋냄새를 없애준다. 만약 빻지 않은 대맥엿기름을 구입하였다면 전기 보온밥통에 넣고 보온상태에서 6~12시간 정도 둔다. 보통 보온밥통의 온도가 73~75℃이므로,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맥을 말리는 배초과정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물론 식기건조기에서 6~12시간 건조시켜도 좋다. 골고루 건조될 수 있도록 가끔 저어주기만 하면 된다. 바짝 말린 다음 빻아서 사용하면 된다.
빻은 맥아에 물을 붓고 온도를 올려 당화시킨 다음 체에 걸러도 되지만 여기서는 좀더 간단한 방법을 이용하자. 맥아 1.2kg을 곡물망(스타킹이나 세탁망을 대신 사용해도 좋다)에 넣어, 차가운 물 3~4ℓ와 함께 보온밥통에 넣고 2시간30분 정도 보온상태로 둔다.
맥아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들은 제각기 활성이 최대화되는 적정온도가 있는 데, 대부분 30~75℃사이이다. 보온밥통에 25℃의 찬물을 넣고 2시간30분 정도 두면 최고온도인 73℃ 내외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당화작업을 하는 데는 그만이다. 이 방법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보온밥통을 이용한 양조는 외국 브루어가 누리지 못하는 우리나라 브루어 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곡물망에 넣어 맥아를 끓였기 때문에 별도로 맥아껍질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곡물망을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곡물망 안에 걸러진 맥아껍질에는 엑기스가 남아 있다. 이것도 알뜰하게 마저 우려내야 한다. 곡물망을 체나 바구니에 올려놓고, 77℃ 내외로 데운 물 10ℓ를 천천히 붓는다. 그러면 남아있는 엑기스를 모두 짜낼 수 있다.
처음에 보온밥통에 부었던 3~4ℓ의 물과 맥아껍질에서 엑기스를 뽑아내기 위해 사용한 물 10ℓ가 합쳐져 약 13~14ℓ가 되는 데, 이 중 일부는 맥아껍질과 함께 버려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약 12ℓ의 맥즙이 만들어진다.
이제 홉을 넣을 차례이다. 냄비에 물엿 0.8kg과 할러타우 홉 34g을 넣고 1시간 동안 끓인 다음 할러타우 홉 11g을 넣고 10분간 끓인다. 사츠, 슈팔트, 윌라멧, 리버티, 캐스케이드 등의 홉을 대신 사용해도 좋다. 양은 할러타우 홉을 사용할 때와 거의 같다.
이제 맥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된다. 맥즙을 냉각시킨 다음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딸려나오지 않도록 사이펀 튜브로 위에 있는 맥즙부터 조심조심 발효통에 옮긴다. 맨 밑에 침전물과 함께 깔려있는 맥즙은 아깝지만 과감히 포기한다. 그런 다음 에일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된다. 이후 과정은 다른 맥주를 만들 때와 동일하다.
드디어 전기 보온밥통을 이용해 만든 페일 에일 맥주 완성!
총량 | 9.5ℓ |
원료 | 엿기름(여섯줄보리) 1.2kg 물엿 0.8kg |
쓴맛 정도 | 14AAU |
알코올 도수 | 4.5~5v/v% |
당화 | 전기보온밥통(5ℓ용) 이용 |
효모 | 에일용 건조 효모 |
호핑 | 1공정 → 34g 할러타우(4.5% α-산도)를 1시간 동안 끓임 2공정 → 11g 할러타우(4.5% α-산도)를 10분 동안 끓임 |
다양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응용방법 (1) | 2025.03.05 |
---|---|
초간편 비터맥주 만들기 (0) | 2025.03.05 |
인삼과 영지를 넣은 건강맥주 만들기 (0) | 2025.01.30 |
보헤미안 필스너 맥주 만들기 (0) | 2025.01.30 |
감미로운 브라운에일 맥주 만들기 (1) | 2024.12.3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