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보리로부터 맥주까지 만드는 곡물양조를 살펴보자. 곡물양조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집에서 식혜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이미 곡물 양조법의 절반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식혜를 맥아와 윌라멧 홉을 이용해 쓴맛과 홉의 향이 강한 페일에일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려고 한다. 그림으로 기본적인 곡물 양조를 이해하고 따라해보자.
맥주원액캔 대신 맥아에서 직접 엑기스를 추출해 맥즙을 만들면 맥아의 풍미를 그대로 살린 다양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곡물양조를 해야 비로소 맥주를 만드는 참맛을 알 수가 있게 된다.
1 | 밑술만들기 | 미리 효모를 식혜나 맥즙에 넣어 증식시킨다. |
2 | 당화 | 맥아와 물을 잘 섞고 끓인다. |
3 | 맥즙여과 | 체반에 맥아껍질을 걸러낸다. |
4 | 스파징 | 맥아껍질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남아있는 엑기스를 마저 우려낸다. |
5 | 홉 넣기 | 맥즙을 끓이면서 홉을 넣는다. |
6 | 맥즙 냉각 | 맥즙을 효모를 투여할 수 있는 적정온도가 될 때까지 식힌다. |
7 | 맑은 맥즙만 옯겨담기 |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딸려나오지 않게 맥즙만 발효통에 담는다. |
8 | 초기비중 측정 | 당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실린더에 맥즙을 담고 초기 비중을 측정한다. |
9 | 효모 넣기 |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미리 만들어둔 밑술을 넣는다. |
10 | 전발효 | 공기차단기를 설치하고 발효시킨다. |
11 | 2차 발효통에 옮기기 |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딸려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2차 발효통에 담는다. |
12 | 후발효 | 설탕을 병에 넣고 병입한 후 발효시켜 탄산가스를 만든다. |
13 | 라벨 붙여 완성 | 자기만의 개성있는 라벨을 만들어 붙이면 드디어 완성 |
https://www.youtube.com/watch?v=AcRXjdlcvKY
https://www.youtube.com/watch?v=sKQQcyxMa9I
술을 발효시킬 때 일등 공신은 효모다. 많은 양의 순수한 우량효모가 있어야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다른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단번에 필요한 양의 효모를 증식시키거나 많은 양을 투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술을 담기 전에 효모를 미리 배양시킨다. 소량의 맥아에 미리 효모를 넣어 많이 증식하게 하는데, 이를 ‘밑술(Starter)’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곡물 양조를 시작하기 1~2일 전에 0.5~1ℓ의 식혜 또는 맥즙에 에일용 건조 효모를 넣어 밑술을 만들어 둔다.
식헤용 맥아(엿기름)는 대맥 100%의 빻지 않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맥아를 그냥 쓰면 좋지 않은 풋냄세가 나기 때문에 냄새도 없애고 갈색 색소와 향미도 만들기 위해 바짝 건조시키는 배초(焙憔)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통 담색 맥아는 85℃ 열풍으로 12~24시간 건조시킨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혜용 엿기름은 1차 건조된 상태이므로 여기서는 간단하게 가정용 오븐을 이용하자. 오븐 온도를 85℃로 조절해 녹맥아를 넣고 가끔 오븐의 문을 열어 뒤집고 환기를 시키면서 약 6~12시간 정도 배초한다. 식기건조기에서 6~12시간 정도 건조시켜도 된다. 배초 과정은 생략해도 큰 문제는 없으나 좀더 향이 풍부하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원한다면 배초를 하는 것이 좋다. 맥아가 빻아진 상태라면 배초시간을 줄이거나 프라이팬을 낮은 불에 달궈 살짝 볶아주는 것으로 대신해도 된다.
Tip. 맥아를 이용한 맥주만들기의 매력
맥주원액캔을 이용하면 아주 간단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맥아를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작업 과정도 복잡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맥주원액캔은 곡물양조 과정을 미리 거쳐 농축하거나 건조시켜 만든 제품이라서 본연의 맥즙향이 많이 손실된다. 게다가 100% 맥아 추출물 만으로 만들면 제조원가가 많이 높아지므로, 보통 절반 정도는 설탕이나 물엿, 옥수수당, 흑설탕으로 대신하기 때문에 맥주의 풍미가 가벼울 수 밖에 없다.
번거롭더라도 직접 맥아를 오랫동안 끓여 맥즙을 만들면 맥주 맛이 더욱 신선하고 향도 풍부해진다. 맥주 원액캔을 이용할 때보다 비용도 많이 절약된다. 또한 맥아와 홉, 효모를 조그만 구입해 사용하면 얼마든지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보통 맥주원액캔의 1/3 정도 가격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곡물양조를 하면 맥주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좀더 흥미롭고 양조를 이해하고 지식을 넓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맥주 제조 과정을 알고 있으면 맥주원액캔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더라도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하게 응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맛과 향이 더 뛰어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맥아를 이용해 맥즙을 만들 때 당화가 쉽게 되도록 잘게 빻아서 사용한다. 너무 잘게 빻으면 맥아껍질이 심하게 파손돼 껍질을 걸러내기 힘들고, 껍질에서 원하지 않는 성분이 과도하게 나와 맥주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너무 굵게 빻으면 당화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곡물양조 전용 분쇄기를 이용하거나 방앗간에서 빻는 것이 좋다.
맥아 그 자체로는 절대 맥주가 되지 못한다. 물과 효모의 도움을 받아 발효가 되어야 진정한 맥주로 탄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빻은 맥아를 물과 혼합해 적당한 온도로 올려주어 맥아 자체 내에 함유된 효소를 활성화시켜 단백질과 전분 등의 물질을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당분이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당화(Mashing)’이라고 한다. 빻은 맥아 4.8kg과 약 50℃로 데운 물 19ℓ(맥아의 약 4배)를 35ℓ용 냄비에 넣고 당화를 시작한다. 보통 당화는 4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에서 당화시키고 점차적으로 온도를 올려주면서 끓여주어야 당화가 잘 된다. 주걱으로 가끔씩 저어주면서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서 끓여야 엑기스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빻은 맥아를 가는 망으로 만들어진 곡물 주머니에 넣고 당화작업을 하면 별도로 걸러낼 필요가 없지만 회수할 수 있는 엑기스 양이 적어진다.
제대로 당화가 되었는 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얀 타일이나 판 위에 다 끓인 맥즙을 몇 방울 올려놓고, 상처 소독에 사용하는 요오드액(실제 양조장에서는 0.1N 요오드액을 사용함) 몇 방울을 떨어뜨려 색이 변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것이다. 전분이 모두 당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청색으로 변한다.
Tip 왜 당화를 할 때 온도를 달리 할까?
보리가 싹이 트면 씨앗 내에서 효소가 활성화되어 내부의 전분, 단백질 등을 분해하고, 보리는 이 작용을 통해 영양원을 확보해 잎과 줄기를 만들어 성장한다. 이때 싹이 튼 맥아의 효소를 당화에 이용하면 술이나 식혜 같은 음료를 만들 수 있다.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맥아 내의 단백질이 용해되고 아미노산이 생성되어 효모 증식에 필요한 영양원이 되고 향기성분이 된다. 또한 맥주의 거품을 풍부하게 오랫동안 지속시킨다. 맥아 내의 전분은 당화효소에 의해 당분이나 덱스트린이 생성되어 효모에 의해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생성하고 일부는 맥주의 맛 성분으로 남게 된다.
서로 다른 온도에서 4단계로 당화를 진행하는 이유는 맥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효소들이 최대한 활성화되는 최적온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단백질 분해효소(Polypeptide)는 pH5.0, 40~50℃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액화효소제(α-Amylase)는 pH5.8, 67~70℃에서 최적이며 80 ℃ 이상에서 소실된다. 당화효소제(β-Amylase)는 pH5.4, 57~65℃가 최적 조건이고 75 ℃ 이상에서 효소력이 상실된다. 즉 45~50℃에서는 단백질의 용해를 좋게 하고, 60~65℃에서 액화가 진행되며, 72~75℃에서 당화가 완료되고, 78℃이상이면 효소의 작용이 멈춘다.
당화를 위한 특별한 도구가 없다면 가스버너에 냄비를 올려놓고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온도 조절이 가능한 써모스탯(Thermostat)을 사용하면 당화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 0~100℃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써모스탯을 구입하면 좋다.
써모스탯을 이용하면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당화작업이 훨씬 편하다.
맥아를 오랫동안 당화시키면 중요한 성분들이 대부분 물에 녹아, 발효할 수 있는 맥즙이 된다. 하지만 맥즙에는 맥아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맥즙에 남아 있는 맥아껍질을 없애야 맑고 시원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데, 맥아껍질을 걸러내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대나무 채반을 받힌 발효통 1개를 위해 놓고 다른 발효통을 높이를 달리해 밑에 놓는다. 당화시킨 액을 붓고 여과하면 맥아껍질이 채반 위에 쌓여 여과층(Grain bed)를 형성한다. 맥즙은 발효통 꼭지를 통해 아래통에서 회수하면되는 데, 처음 나오는 맥즙은 혼탁하다. 하지만 맥아껍질에 의해 여과층이 생성되고 처음에 흘러나오는 혼탁한 맥즙을 다시 여과조에 붓다보면 어느 순간 맑은 맥즙이 흘러나온다. 이것을 ‘맥즙 여과(Lautering)’라고 부르며, 이렇게 얻어진 맥즙을 ‘1번 맥즙’이라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발효통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망사천을 깔고 맥아껍질이 섞여있는 맥즙을 부어서 걸러내는 것이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채반을 사용할 때는 채반 구멍이 크기 때문에 망사천을 깔고 맥즙 여과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녹차를 한 번 우려서 마시고 난 뒤 또 물을 부으면 처음과 같이 진한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은은한 향을 지닌 녹차를 마실 수 있다. 맥즙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맥아껍질을 걸러냈다고 끝이 아니다. 녹차처럼 물을 또 부으면 맥아껍질에 남아있는 엑기스를 알뜰하게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스파징(Sparging)’이라고 한다.
우선 물 11ℓ를 77 ℃ 내외로 끓여 맥아껍질이 걸러진 여과조에 붓는다. 뜨거운 물에 남아 있는 엑기스가 대부분 추출되는 데, 이를 ‘2번 맥즙’이라고 한다. 단시간에 물을 붓지말고, 30~60분 정도 길게 잡고 천천히 스파징을 해야 엑기스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물의 온도가 80℃를 넘으면 엑기스 뿐만 아니라 맥아껍질에 남아있는 나쁜 성분들이 함께 걸러지므로 주의한다. 단, 식혜용 엿기름은 맥주용 맥아보다 껍질성분 햠량이 높아 껍질 성분이 과도하게 용출되면 떫은 맛의 맥주가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스파징시간을 조금 줄여야 맛이 좋은 맥주가 만들어진다.
스파징용 뜨거운 물은 맥아껍질이 1~2cm 가량 잠겨있을 정도로 조금씩 붓고, 맥아껍질이 쌓여 형성된 여과층이 마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걸러진 맥즙을 담은 여과조(위에 놓인 것) 꼭지는 조금씩 흘러나오게 약간만 열어준다. 너무 많이 열어 맥즙이 폭포처럼 쏟아지면 맥아의 향과 맛이 날아가거나 공기 접촉이 많아져 산화가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통 발효통 꼭지에 플라스틱 튜브를 연결해 밑에 놓인 발효통 밑바닥부터 맥즙이 채워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Tip 필요한 물의 양 알아내기
맥아를 맥즙으로 만들 때도, 맥즙을 걸러내 남아있는 엑기스를 마저 회수할 때도 물이 필요하다. 이 물의 양은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
우선 당화용 물의 양은 맥아(맥주보리 맥아) 1kg당 담색 맥주의 경우에는 4~6ℓ(자가양조에서는 약간 적게 사용함), 농색 맥주의 경우에는 3~5ℓ의 물을 사용한다. 맥즙을 끓이는 과정에서 시간당 약 6~10%가 증발하고, 맥아껍질에 물을 부어 엑기스를 뽑아낸 후 맥아껍질과 함께 버려지는 물은 사용 맥아량의 120~140%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20ℓ의 맥즙을 만들기 위해서는 맥주보리 맥아 4kg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물의 양은 얼마만큼 필요할까?
1시간 30분간 끓이는 과정에서 증발량이 약 12~15% 정도이므로, 3~4ℓ(냄비의 크기와 불의 세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음)의 물이 증발하고, 맥아껍질과 함께 폐기되는 양이 약 5~6ℓ이므로 모두 28~30ℓ의 물을 사용해야 20ℓ의 맥즙을 만들 수 있다.
이 중 당화용 물은 사용한 맥아 양의 4배가 필요하다면 16ℓ 나머지 12~14ℓ는 잔존 엑기스를 걸러내는 스파징용으로 사용하면 된다. 끓이는 과정을 거친 후에 생성된 맥즙은 약 20~21ℓ가 되지만 발효통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침전물과 함께 약 5%가 버려지므로 결과적으로 약 19ℓ(5갤런)의 맥즙을 얻을 수 있다.
깨끗하게 걸러낸 맥즙이 약 24ℓ 가량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끓여도 넘치지 않은 정도로 35ℓ 이상 되는 냄비에 넣고 팍팍 끓여준다. 이렇게 끓이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맥즙을 농축시켜 원하는 농도로 만들고, 효소를 파괴시키고, 맥즙을 살균한다. 또한 단백질을 응고시켜 밑으로 가라앉게 만들므로 맥주가 혼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맥주의 쓴맛과 향미를 더해주는 홉은 이 과정에서 넣는다. 홉은 아로마와 비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윌라멧을 사용한다. 그리고 맥주의 쓴맛을 15AAU로 맞추기 위해 84g(3oz)를 사용했다.
홉은 맥즙이 끓기 시작할 때 전량을 한꺼번에 넣지 말고 끓이는 동안 3회로 나누어 넣는 것이 좋다. 또한 다시백(녹차 티백 같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홉을 넣으면 홉 찌꺼기를 쉽게 회수할 수 있어 최종 맥즙을 여과할 때 편리하다. 펠렛형 홉을 넣고 끓이면 부피가 많아지므로 다시백에 너무 많은 양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홉은 다음과 같이 3회에 나누어 첨가한다. 홉 사용량은 1/2, 1/4, 1/4로 나누어 넣고, 끓이는 시간이 다르니 잘 지키도록 하자.
즉 윌라멧 홉 42g을 넣고 1시간 동안 끓인 후 21g을 더 첨가하여 30분간 끓이고 나서 21g의 홉을 더 첨가하여 10분간 끓여주면 된다.
맥즙을 끓이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비롯해 열에 응고되는 물질들이 응고된다. 이런 성분들이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맥주 색깔을 탁하게 만들고 향미를 해치기 때문에 걸러낸다. 좀더 쉽게 걸러내려면 맥즙을 끓이는 마지막 단계에서 청징제를 넣고 10분 정도 끓여준다. 청징제를 넣고 끓인 후 맥즙을 식히면 단백질과 열응고성 물질들이 미세한 덩어리를 형성하여 바닥에 가라앉는데 이것을 트룹(Trub)이라 한다.
청징제로는 보통 아이리쉬 모스(Irish Mos)를 많이 사용하고, 19ℓ(5갤런)를 기준으로 1티스푼(약 5g)정도 넣으면 된다. 구운김 1/2장이나 계란 흰자를 청징제 대신 사용해도 된다.
맥즙은 효모를 넣을 수 있는 온도(여기서는 상면발효 효모에 적합한 18℃~24℃)로 냉각시킨다. 지금까지는 맥즙을 끓이는 과정이 있어서 오염을 걱정하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세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맥즙은 단시간 내에 빠르게 냉각시켜야 맥즙이 오염되는 것을 막고, 응고물들이 잘 가라앉아 맑은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냄비를 담가서 30~60분 정도 식힌다.
불필요한 응고물들이 가라앉으면 맥즙을 발효통에 옮겨 담아야 한다.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들이 딸려나오지 않도록 사이펀 튜브를 이용해 조심조심 맥즙을 옮긴다. 보통 바닥에 침전물과 혼합되어 있는 맥즙 5%는 버리게 된다. 아깝지만 맑은 맥즙을 위해 과감하게 버리자.
맥즙의 당화가 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완성된 맥주의 알코올 도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발효시키기 전의 초기 비중을 측정해 두어야 한다. 100mℓ용 실린더에 맥즙을 채워 비중을 측정하는데 측정한 비중이 1.040~1.050 정도면 적당하다. 브릭스당도계로 당도를 측정하여 12브릭스 내외가 나왔다면 당화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비중이 너무 낮으면 완성된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 밋밋한 맥주가 된다. 이때는 물엿이나 설탕을 물에 녹여 끓였다 식힌 후 적당량을 추가하면 부족한 당분을 보충할 수 있다.
맥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킬 때는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전문 상업 맥주 양조장에서는 발효통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균공기를 맥즙에 8~10ppm이 녹아 있도록 공급해 준다. 그러나 전문 산소공급기가 없다면 그림과 같이 어항용 에어펌프와 마이크로 필터(0.45μm)를 이용해 간단한 산소공급기를 만들어 쓰면 된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었다면 미리 만들어둔 밑술을 발효통에 붓고 저어준 다음 뚜껑을 닫아 공기차단기를 설치한 후 온도를 18~24℃로 조절하고 25℃가 넘지 않게 맞추어 발효시킨다. 4~7일 정도가 지나면 전발효가 끝난다.
전발효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찌꺼기가 충분히 가라앉으면 2차 발효통에 옮겨 담는다. 전발효를 시작한지 1~2일이 지난 다음 2차 발효통에 옮기기도 하지만 보통 4~5일이 지나야 발효가 약해지고 찌꺼기가 많이 가라앉기 때문에 이때 실시하는 것이 좋다.
사이펀 튜브나 발효통 꼭지를 이용해 1차 발효통에서 2차 발효통으로 발효된 맥즙을 옮겨주면 된다. 찌꺼기가 따라 나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옮기고 공기차단기를 설치한 뒤 계속 발효시킨다. 그래야 맑고 깨끗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공기차단기를 통해 탄산가스 배출량이 눈에 띄게 주는 것을 확인하면 발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비중계로 종료 비중을 측정하여 원하는 알코올 도수가 나왔는지 확인한다. 병당(500mℓ 기준) 설탕 3~5(1티스푼)을 넣고, 영비어를 사이펀 튜브나 꼭지를 이용해 병에 담고 15 ℃ 내외의 시원한 곳에서 1주일 이상 숙성시키면 충분한 탄산가스가 만들어져 드디어 맥주 완성!
드디어 나만의 맥주가 완성됐다. 자기만의 상표를 만들어 맥주병에 붙으면 감동이 두 배가 된다. 포토샵, 페인트샵, 그림판 등의 그래픽 프로그램이나 워드프로세서로 간단하면서도 멋진 라벨을 만들어 붙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페일에일맥주!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행복을 만끽할 일만 남았다.
총량 | 19ℓ(5갤런) |
형태 | 전체 곡물 양조 |
맥아 | 대맥(여섯줄보리) 엿기름을 오븐에서 배초과정을 거쳐 담색 맥아를 만들어 사용(4.8kg) |
쓴맛 정도 | 15AAU(40IBU) |
초기 비중 | 1.045 |
종료 비중 | 1.012 |
알코올 도수 | 4~5v/v% |
잔존 엑기스 | 3.4~4w/v% |
당화 | 1단계(단백질 휴지기) → 50℃에서 20분 2단계(액화) → 60~65℃에서 1시간 3단계(당화) → 70~75℃에서 15분 4단계(당화 종료) → 78℃에서 5분 |
양조 용수 | 당화용 19ℓ, 스파징용 11ℓ |
효모 | 에일용 건조효모. 밑술은 식혜 500mℓ를 이용하여 20℃에서 1~2일간 발효 |
호핑 | 1공정 → 42g(1.5oz) 윌라멧(5% α-산)을 60분 동안 끓임 2공정 → 21g(0.75oz) 윌라멧(5% α-산)을 30분 동안 끓임 3공정 → 21g(0.75oz) 윌라멧(5% α-산)을 10분 동안 끓임 아이리쉬 모스 1티스푼(5g)을 3공정때 투여 |
Tip. 왜 맥주병 색은 투명하지 않을까?
맥주병은 대부분 진한 갈색을 띄고 있다. 간혹 투명한 유리병에 들어 있는 맥주도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맥주병은 갈색이 많다. 우연일까?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맥주는 병에 담아 숙성, 보관할 때 직사광선이나 형광등 불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변질돼 마치 스컹크가 뿜어내는 방귀처럼 나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MTB(3-Methyl-2-Butane-1-Thiol)이라는 물질인데, 1억분의 1인 10ppt(ng/ℓ)정도의 아주 적은 양이라도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긴다.
이 성분은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단 1분 이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갈색이나 녹색의 병 또는 색깔이 있는 페트병을 사용해 직사광선이나 형광등 불빛을 차단하는 것이다. 갈색병이 녹색병보다 햇빛 차단력이 훨씬 뛰어나다. 만약 색이 없는 병이나 페트병을 사용할 때는 검은색 비닐이나 종이로 감싸두어야 안전하다. 병에 담아 보관할 때도 가능하면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두고, 발효통도 햇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재질로 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병처럼 검은색 비닐이나 신문지에 싸서 햇빛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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