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물맛이 좋아야 술맛이 좋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술로 유명한 지역을 보면 어김없이 물맛이 으뜸인 곳이 많다.
넓은 의미에서 양조 용수는 맥즙을 만들 때 사용되는 용수는 물론 기구를 세척하고 맥주를 식힐 때 필요한 냉각수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보통 물은 맥주 생산량의 15~20배가 필요하다. 그러나 물맛이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맥주를 만들 때 직접 첨가하는 물인 ‘발효담금 용수’를 제외하면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돗물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발효담금 용수는 맥주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한다. 맥주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물도 달라진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필젠, 뮌헨, 빈, 도르트문트 타입으로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역시 그 지역의 물의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물은 크게 센물(경수)와 단물(연수)로 구분된다. 보통 센물은 비누로 씻을 때 비누 거품이 잘 나지않고 미끌미끌한 물을 말한다. 물 속에 칼슘, 마그네슘이온, 탄산염 등이 어느 정도 녹아있는가를 경도로 표시하는 데, 경도가 높은 것을 센물이라 부른다. 센물의 기준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75mg/l 이상을 센물로 분류한다.
센물은 끓여주면 물속에 포함되어 있는 탄산이 날아가 경도가 제거되는 ‘일시 경도’와 끓여도 제거되지 않는 ‘영구 경도’를 가진 물로 구분된다.
센물과 단물 중에 불필요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단물이 맥주를 만들기에 좋은 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언제나 단물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맥주 종류에 따라 센물이 더 멋진 맥주의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보통 담색맥주는 단물이 알맞고, 농색 맥주는 일시적 경도가 높은 센물이 적당하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물은 경도가 높은 센물이다. 물이 거칠다보니 그냥 마시기는 힘들고, 갈증을 해소할 음료가 필요해 그 대안으로 맥주를 만들어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색이 맑고 쓴맛이 많이 나는 홉의 향미가 강한 필스너 타입 맥주에는 단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수돗물이 단물이다. 집에서 필스너 타입의 맥주를 만들 때는 수돗물이나 정수한 물을 사용하면 된다. 맥주를 만들기 하루 전에 수돗물을 받아두었다가 염소가스를 날려보내고 사용하면 좋다. 끓였다 식히면 염소가스가 날아가고 살균까지 되니 일석이조이다.
쓴맛이 덜하고 맛이 순한 뮌헨 타입의 맥주에는 일시적 경도가 높고 탄산염이 풍부한 물이 제격이다. 집에서는 생수, 지하수, 약수 등을 이용하거나 일시적 경도가 높은 지역의 물을 이용하면 된다. 단, 이런 물은 맥즙을 만들 때 맥주가 혼탁해지기 쉽다. 또한 홉 맥주의 뒷맛이 나빠지기도 한다.
도르트문트 타입의 맥주는 중간 정도의 홉을 사용한 발효도가 높은 맥주이다. 이 맥주를 만든 도르트문트 지방의 물은 석고 성분을 많이 함유한 영구 경도의 강한 센물이다. 석고 성분이 많은 물은 효소의 작용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르트문트 타입의 맥주를 집에서 만들 때는 영구 경도가 높은 지역의 물을 사용하거나 약수, 시냇물, 자연수 등에 소량의 식용석고를 첨가한 다음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 맛은 달라진다. 하지만 홈브루어들이 원하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가장 알맞은 물을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유명한 맥주의 고장들도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의 성질을 잘 활용해 맥주를 만든 것이지, 거꾸로 맥주의 독특한 맛을 살리기 위해 특별한 물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맥주 양조장에서는 자연수를 맥주 양조에 적합하도록 물 처리 과정을 거쳐서 사용한다. 그렇게 때문에 맥주에서 물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지만 굳이 적당한 물을 차지 못한다고 애석해할 필요는 없다. 또한 센물은 맥주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 수돗물, 정수한 물을 사용하면 된다.
단 물에 적당량의 칼슘이온(Ca2+)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칼슘이온은 당화 작업을 할 때 α-아밀라아제(α-Amylase)가 열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고, 액화를 돕고, 효소활동을 촉진시키며, 발효 후에 효모의 침전에도 도움을 준다.
맥주원료 (3) - 맥주의 거품과 쓴맛을 좌우하는 홉 (1) | 2023.05.09 |
---|---|
맥주원료 (2) - 맥주 발효의 감초, 효모 (0) | 2023.05.09 |
양조학 - 알코올 도수 계산법 (0) | 2023.05.09 |
양조학 - 맥즙에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 (0) | 2023.05.08 |
맥주원액캔으로 맥주 만들기 (1) | 2023.04.1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