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얘기한 맥아를 만들고 맥즙을 만드는 과정은 아마추어 브루어가 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특히, 맥아를 만드는 과정은 소규모로 하기에는 그 과정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소모되는 일이기에, 유명 브루어들도 맥아를 직접 만들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맥아를 구입해서 원하는 맥주맛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프로페셔날 브루어라면 구입한 맥아를 가지고 원하는 맛의 맥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마추어 브루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 브루어들을 위해서 이상적인 맥즙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맥즙을 엑기스 형태로 만들어서 파는 데, 이를 맥주원액캔이라고 한다. 아직 한국산 맥주원액캔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특히 수제맥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미국에서는 원액캔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유명 맥주회사에서도 자신들의 맥즙을 공급하는 채널을 구축해 둔 상태이다. 아마추어 브루어들은 자신이 원하는 맥주와 가장 유사한 맛의 원액캔을 구입한 다음, 여기에 또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미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서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마시는 일을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맥주원액캔을 구입해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맥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독과 살균이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세균에 오염되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만들 수 없다.
발효통은 적당량의 소독용 락스(물 10리터 기준 1~2뚜껑. 약 10~20mℓ) 물에 풀어 다른 도구들과 함께 약 20분 정도 담갔다가 깨끗한 물로 헹군다. 세제로 도구를 깨끗이 씻은 다음 소독용 알코올을 분무기에 넣고 분사해도 된다.
첫째도 살균, 둘째도 살균. 소독용 락스에 양조도구들을 넣어 깨끗하게 살균부터 하자.
Tip. 소독용 알코올, 알고 쓰면 효과 200점
도구를 살균하는 데 사용하는 알코올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독용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독용 알코올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으나 물을 조금 넣어 희석시켜 사용해도 괜찮다. 다만 알코올이 인화성 물질이므로 분무기에 넣어 사용할 때는 절대 불이 있는 곳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락스로 소독할 때는 소독한 후 꼭 깨끗한 물로 헹구어야 하지만, 소독용 알코올은 맥주 내의 성분과 동일한 물질이므로 소독 후 특별히 다시 씻지 않아도 무방하다.
맥주원액캔의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효모를 빼낸다. 그런 다음 캔을 뜨거운 물 속에 5분간 담가 내용물이 쉽게 쏟아질 수 있도록 녹인다. 맥주 23ℓ(6갤런)을 만들 수 있는 맥주원액캔의 용량은 보통 3kg, 1.8kg, 1.5kg짜리가 있다. 3kg용 캔은 대부분 설탕이나 물엿, 흑설탕, 당시럽 등의 부원료를 넣지 않고 발효시킨다. 그러나 1.8kg, 1.5kg 캔은 부원료를 추가해야 원하는 알코올 도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여기서는 1.5kg 캔을 사용했다.
맥주원액캔을 녹인다. 뜨거운 물에 5분 정도 녹이거나 냄비에 물을 넣고 끓여서 녹이면 된다.
냄비에 물 4ℓ와 1kg의 설탕 또는 1.8kg의 물엿을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맥주원액캔을 열고 냄비에 붓는다. 액이 끓기 시작하면 3~5분 정도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저어준다.
원액을 끓이는 이유는 맥즙을 살균하고 원료를 쉽게 녹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끓이면 홉의 향이 날아가 맥주 맛이 손상되므로 적당하게 끓여야 한다.
물과 물엿을 넣어 끓기 시작하면 녹여두었던 맥주원액을 냄비에 쏟는다.
물 17ℓ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 다음 끓인 원액을 함께 발효통에 부어 약 23ℓ(6갤런)의 맥즙을 만든다. 물은 수돗물을 사용해도 좋으나 생수나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면 더욱 좋다.
물과 원액을 발효통에 담는다.
맥주원액의 온도가 25℃ 이하로 떨어지면 맥즙을 2~3분간 마구 저어 거품을 일으켜 산소가 많이 녹아들게 한다. 그런 다음 캔에 들어있던 효모를 뿌리고 발효통을 잘 저어준다. 효모는 1~3시간 전에 깨끗한 물에 풀어서 활성화시킨 후 넣어주면 효과가 좋다.
효모의 발효 과정을 통해서 맥즙의 당분은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쇼핑몰에서는 에일용 이스트와 라거용 이스트를 구분해서 판매한다. 정석대로라면, 에일은 상온에서 1주일 정도, 라거는 저온(1~5도)에서 1개월 이상 발효를 시키는 것이 맞지만, 홈브루잉에서는 모두 상온에서 1주일 정도만 발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일용 이스트 | 라거용 이스트 | 위트비어용 이스트 |
발효통의 뚜껑을 닫고 공기차단기를 설치한 후 온도를 18~25℃로 맞춘다. 12시간 정도 지나면 공기차단기에 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2~3일간은 공기 방울이 많이 생기는 데, 이는 발효가 왕성하게 진행된다는 표시이다. 약 4~7일이면 발효가 끝난다.
지금은 전발효 중. 벌써부터 공기방울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효가 끝나면 병에 맥주를 담아야 한다. 이를 ‘병입(Bottling)’이라고 한다. 맥주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있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병에 깔때기를 꽂아 설탕을 병당(500mℓ) 3~5g(1티스푼)씩 첨가한다.
병에 설탕을 다 넣었으면 발효통에 있는 영비어를 발효통에 딸려있는 꼭지나 사이펀 튜브를 이용해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나 침전물이 딸려나오지 않도록 조심조심 병에 채운다.
발효된 맥주를 병에 다 담았으면 소독한 뚜껑을 닫고 시원한 곳(15℃ 내외)에서 1주일 정도 후발효시키면 드디어 맥주가 완성된다.
이 때 병 안에서 탄산가스가 계속 생겨나와 맥주에 녹아들어가는 데 이 과정을 ‘탄산화’라고 한다. 탄산가스가 충분히 생겨야 병뚜껑을 열었을 때 상쾌한 소리와 함께 거품이 먹음직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병마개기를 양쪽으로 눌러 뚜껑을 확실하게 닫는다.
Tip. 이렇게 마셔야 맥주가 맛있다
만든 맥주는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살균하지 않은 생맥주이기 때문에 만든 지 3개월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탄산화 과정에서 맥주병 바닥에 불활성효모 침전물이 조금 남게 되므로 병을 세워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따를 때도 병을 흔들면 가라앉아 있던 효모와 찌꺼기가 올라와 맥주를 탁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천천히 따른다. 하지만 효모 찌꺼기에는 비타민B를 비롯한 영양소가 풍부해 영양제의 원료로도 이용되고 몸에 이롭기 때문에 함께 마셔도 나쁘지는 않다. 또한 병을 흔들지 않아도 맥주를 차게 보관하면 맥주 속에 녹아있던 단백질이 응고돼 색깔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보통 맥주는 색깔이 옅을수록 좀더 낮은 온도에서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필스너, 라거, 헬레스 같은 옅은 색의 맥주는 보통 5~10℃에서 마시는 것이 좋고, 에일 맥주나 진한 색깔의 흑맥주는 10~15℃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맥주의 품질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평가한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려면 먼저 깨끗한 컵에 맥주를 따라 밝은 곳에 비추어 투명도, 색, 거품 정도를 확인한다. 그런 다음 코 가까이로 가져가 향기를 음미하고 입 안 전체로 음미할 수 있도록 한 모금 마셔 단맛, 쓴맛, 신맛, 바디감을 느끼고 목넘김할 때 과일말, 땅콩맛, 버터맛 등의 끝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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