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지만 유럽·북미·일본 브랜드 사이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韓 소비재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총판을 지정하는 것이 관건
Tianjin Guanmei사는 2007년 설립된 수입 전문기업으로 Yang Jinsong 대표는 올해로 20년째 수입 업무를 하며 설화수, LG생활건강 등 한국 유명 소비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양 대표는 콰이서우(快手: 틱톡과 같은 쇼트 클립 플랫폼)에 10만8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을 운영 중이며, 라이브 방송팀이 정기적으로 라이브 판매를 진행한다.
<콰이서우 플랫폼 라이브 방송 진행 현장>
[자료: KOTRA 톈진 무역관]
<콰이서우 플랫폼 쇼트 클립 캡처 화면>
[자료: KOTRA 톈진 무역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재의 진출과 발전을 지켜보아 온 사람으로, 양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 소비재 제품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톈진무역관은 4월 28일 양대표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Q1. 한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데, 한국 소비재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A1. 한국 기업은 새로운 성분과 원료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품에 활용한다. 제품의 창의력, 기술력, 제품력은 부족함이 없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인에게도 성분이 잘 맞는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점점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따이공(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대신 구입해주는 사람)과 한류 효과로 인해 인기를 끌었었지만, 유통 채널 관리와 시장 가격 통제 측면에서 실수가 있었고, 제품 업그레이드가 미흡해 제품 생명 주기가 1~3년 정도로 매우 짧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는 양국 왕래도 쉽지 않았고, 현재 양국 관계 때문에 유통상도 한국 제품 취급하기를 주저한다.
한편 북미·유럽 브랜드는 기존의 두터운 소비자층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고, 일본 브랜드 또한 꾸준히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중국 국산 화장품의 퀄리티나 종류도 훨씬 좋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Tianjin Guanmei 방문 사진>
[자료: KOTRA 톈진 무역관]
Q2. 중국 시장 진출 시 한국 소비재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2. 총판 지정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은 중국이 나라가 넓고, 여러 성(省)이 있는 만큼 총판도 지역마다, 또는 적어도 몇 개 기업은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통채널을 늘려서 판매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다수의 총판을 지정하면 총판 간에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총판 간에는 경쟁을 통한 긍정적 효과보다 마진율을 떨어뜨려 시장 점유율이나 판매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려는 무한 가격경쟁 같은 역효과만 발생한다.
몇 가지 사례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한국 화장품 브랜드 P사는 첫 번째 총판의 매출에 만족하지 못해 또 다른 총판을 물색했다. 두 총판 간의 가격경쟁으로 마진율이 떨어지자 제품을 취급하려는 유통상이 점점 줄어들었다. 한국 기업은 이런 현상의 이면을 파악하지 못했고, 역으로 제품 유통 채널을 늘리기 위해 총판을 추가로 지정하는 악수를 두었다. 해당 브랜드 제품은 마진율이 떨어지면서 현재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꺾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알려진 J사 제품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산동성의 첫 번째 총판을 통해 제품이 인지도를 얻고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한국 기업은 또 다른 지역에 새로운 총판을 지정했다. 이에 산동성 총판은 애써 개척한 시장을 뺏겼다고 느껴 가격을 떨어뜨려 판매 처분해버렸고, 결국 해당 제품을 취급하려는 유통상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중국 유통상들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접하다 보니, 또 다른 총판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바로 가격을 낮춰 재고를 처분해버린다. 이 경우 해당 브랜드는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하려는 유통상이 사라지고, 시중에 제품 노출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비자들도 빠져나가 중국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결국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의 유기적인 구조를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중국 시장은 온·오프라인 매장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오프라인 시장은 A사에게, 온라인 시장은 B사에게 주는 식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다. 이것은 비단 온·오프라인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중국의 물류시스템은 고도로 발전되었기 때문에, 지역 간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졌다. 그래서 더더욱 총판은 한 기업에게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기업은 아직 이런 점들을 파악하지 못했고, 현재 중국 유통상 사이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평판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시장성이 있는 제품의 첫 총판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다른 업체가 나타나 열심히 개척한 시장을 뺏어갈 수 있다는 예측 불가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기업의 경우 한 번 총판을 지정하면 그 후 제품을 취급하려는 기업은 모두 총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도록 해 신뢰가 구축돼 있다.
Q3. 이런 상황에서 한국 소비재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A3. 가장 좋은 것은 해외지사를 설립해 물류, 마케팅, 판매를 모두 직접 운영하고 시장 가격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 여건이 안 되는 기업이라면 총판을 지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지 유통상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으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더라도 중국 바이어와 장기간에 걸쳐 소통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관 같은 공적인 기관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맡아 국내기업과 중국 유통상을 연결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총판을 지정하고 제품이 판매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 새로운 총판을 찾아 유통채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신규 제품라인을 출시해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상·소비자층을 확고하게 구축해나가야 한다.
중국의 리오프닝과 함께 14억 중국 소비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닫혀있던 기간 동안 중국의 온라인 시장은 더욱 발전했으며, 수입품이 물류대란으로 애로를 겪던 기간 동안 중국 국산 브랜드가 부상했다. 3년 동안 또 다른 면모로 탈바꿈한 중국 시장 구조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신중하게 총판을 지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시장 진출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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